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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감 있고 육감적인 재즈의 진수가 드러나다. JBL 4312E

작성자 관리자(ip:)

작성일 2012-02-06 11:02:49

조회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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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JBL 4312E

반복해서 여러 번 말하지만 JBL과 필자는 지금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왔다. 맨 처음으로 가장 엄청난(?) 사운드를 JBL 스튜디오 모니터 4344 스피커에서 녹음 작업 중에 듣게 되었고, 당시 고가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던, 기쁜 소리사나 문화 전파사 등이 존재해 있었던 충무로의 어느 숍 유리문 앞에서 기웃거리다 억지로(?) 불려 들어갔던 그 숍에서 듣게 되었던 JBL 4344 스피커와 매킨토시 어떤 파워 앰프의(모델이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격을 듣게 되면서 가졌던 그 충격은 지금도 지울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다. 기억하건대 내 수입으로는 몇 년을 먹지 않고 저축해도 안 될 만큼 큰 금액이었던 것 같다. 그 후부터 녹음실에 가게 되면 눈치 보며 엔지니어가 있는 방을 기웃거리며 파란색으로 도장된 JBL 4344 스피커의 배플을 보기만 해도 가슴은 설레곤 했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수입이 조금 나아졌던 어느 날 청계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느 오디오숍에서 꿈에 그리던 JBL 4344 스피커는 아니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JBL 4312 모니터 스피커와 매킨토시 인티앰프를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그래 바로 이것이야 하면서 만족할 수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무언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스닝룸도 말이 아니었겠지만, 허접한 턴테이블에 허접한 카트리지의 사운드가 녹음실의 훌륭한 릴 데크의 사운드를 모방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JBL 스피커는 처음이 아니고, L 시리즈 몇 제품을 이미 사용해 보았던 경험이 있어 4312가 그들보다 모든 사운드에서 무조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매킨토시 인티앰프도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되고 있던 대출력 앰프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었음을 후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JBL과의 인연은 프로음향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서부터이다. 당시 한참 유행했던 디스코텍에 대단한 규모의 사운드 시스템들이 경쟁하면서 설치되게 된다. 필자가 설치했던 스피커 시스템만도 대형 트럭 10여대분은 족히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 시절 4312 스피커는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재등장하게 되는데, 재등장한 JBL 4312 모니터 스피커 시스템은 디스크자키들의 모니터 스피커나 녹음실의 모니터로 인기가 있었다.
필자도 잠깐 동안 새로운 4312 스피커와 서너 개 제품의 매킨토시 앰프들을 바꾸어가며 동거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만나게 된 JBL 4312E 모니터 스피커는 E 라는 새로운 이니셜이 말하듯 그동안 몇 번인가 진화를 거듭한 뒤에 다시 등장한 것 같다. 스펙에 불과한 자료밖에 없어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음은 아쉬울 따름. 프로음향 기기로 분류되는 모니터 스피커라서 일까, 예나 지금이나 4312 스피커 시스템의 외형은 결코 화사하다거나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이 그냥 수수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월넛이 아니었나 생각되는데, 재발매될 때부터 오크 무늬목에 검은 도장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그다지 두껍다고 볼 수 없는 19mm의 MDF에 변함없는 직사각형 인클로저도 그대로이다. 뿐만 아니라 배플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12인치 구경의 저역 담당 유닛의 하얀색 펄프 진동판과 5인치 스코커의 모습도 변함없이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하게 살펴보면 달라진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12인치 우퍼에 자력이 막강한 네오디뮴 마그넷이 2개씩 채용되었고,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프레임에 듀얼 75mm 보이스코 일을, 그리고 퓨어 펄프 진동판에 신소재 아쿠아플러스로 코팅시켰다. 이 우퍼는 발 빠른 움직임으로 우퍼에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2000Hz까지 커버하는데, 웬만한 악기나 보컬의 전 대역을 커버할 수 있는 대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검은 색으로 된 5인치 미드레인지는 퓨어 펄프콘에 폴리머로 코팅되어 있다.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위해 캡톤 보빈에 25mm 코퍼 보이스코일을 사용했다. 트위터는 예전과 외향부터 달라졌다. 2.5cm 구
경의 돔 트위터인데, 마그네슘 알루미늄의 알로이 돔의 진동판이다. SACD에 대응하는 것으로, 진동판 앞의 페이즈 플러그가 이채롭다.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는 전면 상단 미드레인지와 트위터의 중간에 위치하고, 상단 오른쪽에 중역과 고역의 밸류를 정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가 4312E에서도 여전히 채용되고 있어 리스닝룸의 환경이나 파워 앰프의 성격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


이번 시청에는 사운드의 성격과 퀄러티를 파악한 케인의 CD-50T와 A-55T를 매칭하여 진행했다. 텔락의 샘플러 CD 중에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4악장(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로린 마젤 지휘)을 우선 걸어본다. 팀파니와 주고받는 호른의 약음에서 음산함이 감지되고, 바순이 함께 하면서 분위기는 증가된다. 이어 팀파니의 연타가 크레셴도되면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유니슨이 ff로 가는데, 팀파니의 연타가 웅장하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호른의 음과 바순의 저음에서도 12인치답게 무게 중심이 좋은 음으로 가슴에 와 닿고,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음에서 단두대로 향하는 사형수의 무거운 발걸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행진이 계속되면서 현악기들의 피치컷과 함께하는 바순의‘뽀꼬뽀꼬’하는 짧은 스타카토에서 연주자의 텅잉을 잘 표현하며, 현악기들의 피치컷에서도 풋워크의 경쾌함을 느끼게 한다. 점점 크레셴도 되면서 함께하는 브라스의 음에 광채가 나며, 악마의 개선가를 생각하게 하는 당당한 주제에서도 당당한 사운드로 크기보다 장중한 면모를 볼 수 있었다.다음으로는 작년에 녹음했던 필자의 졸작 연주 <추상>에서 몇 곡을 들어보았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라기보다는 녹음실에서 모니터하던 사운드와의 비교를 위해서이다. 물론 CD로 제작된 후라서 조금은 달라졌다 하더라도 분위기 파악에서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녹음실에서의 긴장된 분위기는 여기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겨울이었던 까닭에 필자의 목이 잠기던 상황도 느껴지며, 호흡이 모자라 당황해했던 부분도 알 수 있게 했다. 따라서 4312E 모니터 스피커는 아무렇게나 쉽게 태어난 제품은 결코 아니며 출생의 고통을 충분하게 느끼며 태어난 스피커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청 시 자주 사용하는 캐논볼 애덜리의 <퀸텟 인 시카고>에서‘Limehouse Blues’를 들었다. 시작과 동시에 하이햇 심벌의 샤프함이 일품이다. 피아노의 실체감이 좋고 캐논볼 애덜리 특유의 터질 듯한 사운드는 당당한 체격과 어울리는 음이다. 빠른 텅잉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고역에서도 가늘어지지 않고 열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존 콜트레인의 테너도 탄력적인 특징이 잘 살아나고, 손가락에 모터를 달은 듯 빨리 움직이는 핑거링에서도 음정과 라인은 명확하며 리얼함을 전한다. JBL 스피커는 역시 재즈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4312E모니터 스피커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월간오디오,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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